습관적인 두통

whatever2008/08/28 07:34
익숙하지도 그렇다고 낯설지도 않은 소리가 들린다. 마치 물속에서의 환청처럼 소리가 퍼지며 울린다. 그저 캄캄한 해저터널처럼 빠져나오지 못 할 것만 같은 곳에 내가 있는 것 같다. 가만히 그 소리에 집중해보려 노력한다. 본능을 억제하고 이성을 차려본다. 해저터널의 끝에는 한 줄기의 빛이 있을 것 같은 막연한 희망 하나로 정신을 집중해서 소리를 들어본다. 한참 뒤, 정말 한 줄기의 빛이 보이기 시작했다.

재미없는 프로그램이 틀어져 있고 벌써 날을 어둑해졌다. TV에서는 신경이 거슬리는 수다로 날 괴롭히고 있었다. 문득 정신을 가다듬고 보니 수다가 아닌 전화벨소리가 날 괴롭히고 있었다. 힘겹게 팔을 들어 전화를 받아본다. "문 열어줘, 엄마다."

휴... 피곤함에 쩔어서 겨우 잠이 들었는데, 겨우 붕 떠있는 기분으로 여기저기 아픈 몸을 잠시 떼어 둘 수 있었는데... 밖에서 문을 열지 못하게 잠가둔 것은 나였으니, 하소연조차 할 수 없겠구나. 몸을 일으켰는데 잠이 덜 깨서 눈이 안 떠지는 것이 아니라 뇌 왼쪽부분을 누가 손으로 꽉 움켜쥐고 자꾸 뒤쪽으로 당기는 느낌 때문이었다. 엄마는 집 안으로 들어오셨지만, 자꾸만 '웅웅'거리는 느낌 때문에 방으로 돌아가 침대에 풀썩 쓰러진다.

습관적인 두통은 어느 순간, 아마 이번 년도였으리라 생각이 든다. 피곤할 때, 스트레스가 쌓일 때, 알게 모르게 습관적인 두통은 나를 엄습한다. 정말 나를 가만히 두지 못한다. 그저 누워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어도 날 괴롭힌다. 정말 죽을 맛이다. 그렇게 좋아하는 술자리나 친구 혹은 지인을 만나는 자리마저 거부할 수 있는 유일한 이유는 두통이다. 정말 마음은 벌써 그 자리로 가 있지만, 몸은 죽는다는 소리 밖에 안한다.

오늘도 두통을 못 이기다가 더는 잠도 오지 않고 하여, 억지로 몸을 일으켜 컴퓨터를 켜고서는 두통 때문에 글씨도 제대로 읽지 못하면서 인터넷을 하다가 미국드라마를 억지로 보기 시작한다. 얼마나 지났을까? 4시간 정도 지났을까? 창문에 푸른 빛이 돌기 시작하자, 두통이 조금 가신다. 신기하게도 그렇게 아프던 머리가 지금은 거의 멀쩡한 수준이다. 신기하게도 해가 뜨니 머리가 아프지 않다. 우연일지라도 말이다. 이젠 좀 편히 잘 수 있겠구나 싶다.

다음 두통은 언제일까? 점점 압박감에 시달리고 있다.